LIFE/사는 이야기

더운데 어때?

새 벽 흙 2009. 7. 3. 19:52

집에서는 반바지 하나면 되는데

문 밖을 나서려면 이런저런 장식들로 자신을 포장하느라 분주해진다.

집안에서는 '옷차림에 무심한 나'로 있는데 현관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나를 포장한 옷차림'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모두 벌거벗고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최소한 우리가 옷차림으로 전락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물론 옷 잘 입으면 멋있다.

얼굴 뜯어 고치면 예쁘다.

그 멋에 홀려 과시하고 과용한다.

그러나 결국 값비싼 겉멋일 뿐이다.

겉멋에 에너지를 쏟다보면 내 안은 빈약해진다.

나는 오늘도 넥타이 매고 일터로 간다.

오늘이 새 날인가? 수십년 아무 생각없이 넥타이 매듯 항상 그날이 그날이라면 새날은 없다.

정해진 매뉴얼대로 살아서는 새로움을 볼 수 없다.

온전하게 이 순간을 즐길 수 없다. 낡은 정보에 갇혀 살 뿐이다.

숨가쁘게 버느라 스트레스만 쌓일 뿐이다. 이리저리 쓰느라 정신만 산란할 뿐이다.

누구나 자기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으리라.

그러나 모두 똑같이 넥타이 매고, 양복 입고, 고단한 삶의 전투를 치른다.

유행과 패션을 좇느라 여념이 없다.

좇으면 그건 나의 아름다움이 아니다.

가짜다. 천연성이 사라진다.

이제부터는 넥타이 맬 때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목줄에 목매지 말아야겠다.

아니, 날씨도 더운데 이참에 매뉴얼 좀 바꾸면 어떨까.

30도 넘는 날에는 '노브라&노타이'로.